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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행위예술로 기록된 무동인, 신전동인의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 1967년 서울 북창동 중앙 공보관에서 벌어졌다.1967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북창동 중앙공보관. 한국청년작가 연립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에서 특이한 ‘쇼’가 벌어졌다.

비닐 우산을 쓴 여인이 앉아있는 주위를 사람들이 빙빙 돌며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촛불로 비닐 우산을 녹여 구멍을 내고 그곳에 촛불을 꽂는다. 이어 우산을 갈기갈기 찢은 뒤 소리를 지르며 여럿이 짓밟는다. 쇼의 이름은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 오광수씨가 기획하고 청년 미술작가 10명이 참여한 이날 행사는 한국 최초의 ‘행위예술’, 일명 ‘퍼포먼스’로 기록된다. 한국에 처음 도입된 서구의 퍼포먼스는 수많은 논란과 해석을 낳았다.

1990년 백남준의 ‘요셉보이스 추모굿’.이듬해 5월 서울 명동의 음악다방에서 홍대 미대 출신인 스물여섯의 작가 정강자가 주축이 된 ‘투명풍선과 누드’가 벌어졌다. 팬티만 입은 정씨의 몸에 동료 작가와 관객들이 풍선을 붙여나갔다. 군부독재 시절 이 퍼포먼스는 ‘퇴폐’ ‘불온’ 등의 수식어와 함께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타계한 백남준(1932~2006)은 이 분야에서도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예술적 동지였던 요제프 보이스가 사망하자 90년 보이스의 펠트 모자와 한국의 갓을 함께 태우는 추모굿을 펼쳤다. 그는 60년대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부수는가 하면 관객의 넥타이를 자르고, 객석에 소변을 보고, 소 머리를 전시장에 걸어놓는 등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잇달아 보여줬다.

1990년엔 여성작가 이불이 국내에서 누드 퍼포먼스를 펼쳐 시선을 끌었다. 그는 9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반짝이를 붙인 생선을 내놓으면서 ‘썩어가는 냄새’까지도 함께 전시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10월28일까지 열리는 ‘한국의 행위예술 40년 1967-2007’은 역사적 정리에 초첨을 맞춘 전시다. 실체가 남지않는 퍼포먼스의 특성상 관련 사진과 영상, 홍보물, 전단 등 100여 점의 자료가 나왔다. 전시를 기획한 김경운 학예사는 “행위미술 작품들은 관련 자료만 남기고 형체없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전시는 한국 행위예술 4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거대한 보존처리 작업”이라고 말했다.

2007년 이윰의 '빨간 블라우스 힐링미니스트리-빨간색의 기쁨 퍼포먼스’.전시는 퍼포먼스의 역사를 연대기에 따라 셋으로 나눴다. 첫째, 67~79년은 ‘해프닝에서 이벤트로’ 넘어가는 시기로 보았다. 정치적 억압하에서 퇴폐적이고 불온한 해프닝으로 평가되다 차츰 미술적 개념으로 자리잡는다는 의미다. 대표 작가로는 강국진·김구림·김순기·성능경·이강소·이건용·이승택·정강자·제4집단이 있다.

80-93년은 ‘행동의 드라마’ 시기. 추모, 장례, 신체적 구속 등의 형태를 빌어 억압적 사회 분위기를 표출했다. 작가로는 김용문·신영성·윤진섭·이불·이상현·하용석이 나온다.

94년부터 현재까지는 ‘행위-변주’의 시기로 평가했다.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와 더욱 혼합되고 대중문화와도 융합된 특징을 나타낸다. 여기에는 김아타·박이창식·조습·박혜성·고승욱·이윰·낸시랭·황신혜밴드가 나온다.

불온문화서 대중 속으로 '행위예술 40년'

중앙일보  2007.08.28

KUKJI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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