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Newspaper

‘돌아간지 세돌 강국진 그림잔치’
3년전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남편을 떠난보낸 한 미망인이 남편의 유작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있어 미술계에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돌아간지 세돌 강국진 그림잔치’가 바로 그것,
부인 황양자씨(47)와 고인 ‘강국진을 기리는 모임(대표 권상능)이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강씨와 유작 50여점이 전시돼 있다.
부부애 차원을 넘는 유작전의 위치는 이번 추모사업을 위해 결성된 ‘강국진을 기리는 모임’에 참여한 홍익대 재학시절의 동료에서부터 제자에 이르는 60여명의 명단에서도 확인된다. 동료 정강장씨와 제자 김선, 국민학교 동기 양별률씨 등이 두루 포함된 것을 보더라도 평소 우직하고 말을 아꼈던 고인의 오지랍이 넓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유화,수채화,판화 등이 전시된 이번 전시전을 통해 고인의 작품세계를 충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부인 황씨는 “고인의 실험작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기대하면서 유작전을 꾸몄다”며 “아직도 그의 모습이 나의 눈과 가슴에 뚜렷이 각인돼 있고 그가 쓰던 모든 물건이 그의 채취를 담은 채 집안 가득 그대로 있어 든든하다”고 말해 지금의 부박한 풍토와는 지극히 대조적인 참사랑을 보여준다.
고인인 강씨(1939~92)를 한단어로 표현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단지 한국적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현대미술과의 끊임없는 접목을 시도한 작가, 타성을 깨고자 실천적 행위를 서슴치 않았던 작가로 대변할 수는 있을 것이다.
60년대 전반을 풍미한 강씨의 작가로서의 활동은 65년 추상표현주의의 포화상태를 돌파하고자 의기투합, 결성된 ‘논꼴’에서부터 시작된다.
논꼴전에서 강씨의 작품은 강인한 선조의 폭발하는 구성력을 보여줬다.
이어 67년 ‘청년작가연립전’의 핵심 동인으로 참가한 강씨는 오랜 추상미술의 타성에서 돌파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에게 탈출구를 마련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일종의 문명비판을 보여줬던 우리나라 최초의 해프닝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 여기에서 비롯됐다.
70년대 초반까지 강씨는 해프닝에 참가, 중반부터 한국현대미술의 주요한 실험 무대인 ‘앙데팡전’을 주도 일정크기의 침목을 바닥에 세우고 그 위를 원으로 싼 다음 끊으로 다시 묶는 입체물을 전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10년 연하인 황씨와 결혼한 때가 이즈음으로 75년 고인의 나이 37살 때다.
이후로 강씨는 개인전을 꾸준히 가지면서 한편 ’한국현대판화가회전’을 비롯한 다수의 판화전에 참가했다.
80년대 후반부터 타계하기전까지의 그의 작품은’가락’과 ‘역사의 빛’시리즈로 엮어지는데 가락이 종래의 평면 형식이라면 역사의 빛은 체험적 현실을 서술하고 있다.

역사 의식, 현대미술의 만남 아직도 그때 채취 그대로

새한일보  1995.11.04

KUKJIN KA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