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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전위작가’강국진 회고전>, 조선일보, 1995.10.20
3주기 맞아 24일 ~ 내 달6일 예술의 전당서
60년대 중반 전위미술 해프닝을 벌이는 등 현대미술운동을 주도하며 뜨거운 에술일생을 살다가 일찍간 비운의 화가 강국진(1939~1992)을 추모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그의 화단 동료들에 의해 개최된다. 권상릉 조선화랑 대표, 서양화가 정강자 숨결새벌씨,미술평론가 김복영씨 등 『강국진을 기리는 모임』 53명은 그의 3주기를 맞아 24일부터 11월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회고전을 갖는다.
죽어서 그 이름이 더 향기로워지는 사람이 있다. 요절한 사람일수록 아쉬움은 더하고, 남은 이들의 회의도 깊다. 강국진의 경우도 생전엔 그저 남의 이야기 듣기를 더 좋아하고 자기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존재였지만, 친구들이 3주기를 맞아 만들 대형 화집에는 구구절절 그의 사람됨과 예술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이번 전시에는 65년 그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며 동기들과 『논꼴』그룹을 결성, 현대미술운동에 뛰어든 때부터 92년 작고할때까지의 작품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70년대 중반까지의 그의 작품은 기존 질서와 경향에 대한 철저한 거부와 새로운 정신의 모색으로 특징지어진다. 전위적 감각의 설치미술을 선보이는가하면, 『한강병의 타살』『투명풍선과 누드』등 당시로서는 생소하기만 한 미술가들의 해프닝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런 한편으로 몰입한 유화와 판화작업은 한국적 정신에 깊이 뿌리박은 모더니즘의 새로운 전개로 주목을 받았다. 80년대 이후 그가 보여준 『선』과『가락』연작들은 수많은 수직의 선묘를 중형시키며 추상적 요소를 보이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사상은 역시 동양적 정서였다. 이어 등장한 『역사의 빛』연작에스는 고대의 기마인물 토우라든가 닭, 나무 등 형상이 회복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 정신의 원형이 무엇인가를 회화적으로 파고 들었다. 『역사의 빛』연작 중 3백호 크기의 대작은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걸리기도 했다.
50대에 별세한 미술인을 위해 이토록 많은 화단 동료들이 대형 화집을 발간하고, 회고전을 열어주는 것도 드문 일, 권상를 조선화랑대표는 『그는 언제나 변함없이 성실한 인간성과 훌륭한 작가적 자질의 소유자였으며, 70년대 현대미술운동의 기수로서 활약한 열정적 추진력은 많은 작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회고했다. 서양화가 김한씨는 『강국진은 우직하고 강직한 반면 포용력이 있는 화우였다』며 『모노톤의 미니멀류만 득세하던 우리 화단에서 다양성의 공존을 말없이 실천, 우리 미술의 폭을 넓히는데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비운의 전위 작가 강국진 회고전
조선일보 1995.10.20
KUKJI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