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그릇에 담긴 한국적 역사성>, 여성신문, 1995.10.20

강국진 그림잔치
11월6일까지 한가람 미술관서

한국적인 역사의식을 현대미술에 접목시킨 작업으로 주목을 끌었던 고 강국진씨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24일부터 11월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제목부터가 여느 전시회와 다름을 느끼게 한다.
54세를 일기로 치열하게 살다간 한 화가의 3주기를 추모하며 마련된 전시회이지만 제목은 ‘그림잔치’다. 그가 평소 개인전이라는 말보다는 ‘혼자 그림잔치’라는 제목을 즐겨 쓴 탓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열린 의식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깨달음의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저시회에서는 75년부터 그가 작고하기까지의 대표적 작품 대부분이 전시된다. 새로운 비전과 진행의 창조, 새로운 풍토와 질서의 모색을 강조한 그의 작품은 평론가들의 지적처럼 ‘한국적 풍토의 재창조를 위한 새로운 역사주의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자신의 특유한 내면 감정과 선. 캔버스의 표면인 바탕,기회에 의해 구성돼 있다. ‘긋는 행위’로 이루어진 『가락』시리즈에 이어 종래의 섬세한 선조구조를 과감히 해체하면서 굵고 짧은 불규칙한 선획들과 원, 사각형, 마름모꼴, 점묘 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보다 자발적이고 우연적인 효과를 드러내는 『역사의 빛』등의 작품들은 그가 자신이 선택한 모더니즘의 형식으로 표현한 역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