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Newspaper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적 개척자 - 강국진
고갱을 닮은 독창성 한국 행위예술 궤도에 올려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앵포르멜에서 시작하여 해프닝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입체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한 강국진은 왕성한 창작열과 개성적 작품으로 일본 대만 홍콩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초대 전시됐다.

한국현대미술의 발단을 추상미술의 도입기로 설정한다면, 그 시작은 서울 아닌 부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부산에서 일본 이과파에 의한 현대미술강습이 이뤄져 이 강좌에 전혁림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수강했다. 어쨌거나 부산은 한국추상미술의 발상지였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1939년 진주에서 태어나 1944년 부산으로 이주, 성지초등과 동평초등을 다닌 강국진은 중학시절부터 부산 미술의 진취적 기운을 내려받아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정신을 세계에 알린 뒤 1992년 타계한 전위예술가이다.

부산 금성중 미술반에서 그림공부를 시작한 강국진은 경남여고 미술교사 하인두와 청맥화숙 추연근의 지도를 받으며 미술에 입문한다. 동래고를 졸업한 그는 대학 입학을 거부하고 3년간 홀로 소묘 유화 실크스크린 등을 다루다가 1961년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앵포르멜 회화에 심취하였다.

대학 4학년 때 서울 홍제동 논꼴의 외딴 2층 집을 임대, 김인환 남영희 양철모 정찬승 최태신 한명희 한영섭 등과 공동작업한 그는 이듬해 '논꼴동인' 창립전에 '작품' 6점으로 등단하였다. '논꼴동인전'은 세번째 전시를 부산에서 열고 막을 내렸는데, 양철모(현 부산교대 교수)는 "매우 힘찬 소묘를 그려 돋보인 그는 박현기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전차에 실크스크린 광고를 개발 시행하였고, 아주 독창적이어서 고갱을 연상시켰다"고 회상한다.

1967년 '신전동인'과 '오리진동인' 창립에 참여한 그는 '청년작가연립전'에 물감 넣은 페니실린병을 쌓아올린 입체작품, 비닐 속에 다시 비닐을 넣고 물감을 넣어 오르내리게 한 작품을 발표하고 '비닐우산과 촛불' 해프닝 공연 및 거리시위를 했다. 이듬해 두 차례 해프닝 공연과 제1한강교 아래 백사장에서 정강자 정찬승을 참여시킨 '한강변의 타살'을 기획, 한국 행위예술을 궤도에 올리는데 기여했다.

박종무와 4년간 실내장식을 하다 김구림 정찬승과 함께 공구를 마련하고 판화프레스를 제작하여 1971년 한국 최초의 판화교실을 개원한 그는 1973년 '한국현대판화 유럽전'에 참여했다. 1991~199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판화 심사위원을 역임한 그는 2000여 점의 판화를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절반 정도는 한 장만 찍은 것들이다.

1973년 '형의 상관'이란 입체작품으로 첫 개인전을 연 그는 중앙대 대학원 회화전공인 황양자와 1975년 11월 결혼하였는데, 그녀는 "운전 중인 그에게 화가 나서 내려달랬더니 나를 내려두고 그대로 떠나버린 뒤로는 절대 무리한 요구나 나쁜 말을 할 수가 없었다"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요구하는 대로 해준 사람이다"고 평한다.

바쁜 일정에서도 여러 잡지에 기고하고 홍익전문대 추계예술대 목원대 등에 출강한 그는 1980년부터 한성대 교수로 봉직하였다. 'TV미술관'(1987.7.9.)에서 그를 1960년대 후반 한국현대미술운동에서 가장 주목되는 작가로 평가한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한국 추상표현주의 제2세대로 출발한 강국진의 시기별 대표작품을 보여주며 회화도 조각도 아닌 '입체작품'이란 새로운 개념을 창출한 것에 대해 물었다.

1991년 스승 하인두의 묘에 그림비를 세운 그는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역사의 빛'을 설치하고 이듬해 국립의료원에서 진단 중 심근경색으로 숨져 경기도 양주군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그는 갔지만 그의 예술은 동료 제자들에 의해 계속 초대되었고, 1995년 무덤 앞에서 '넋을 기리는 춤사위'와 퍼포먼스공연 설치미술전시가 열렸고, '강국진을 기리는 사람들의 그림잔치'(모란미술관)와 '강국진 3주기 작품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 개최됐다.

'부산현대미술전'(1975) '경남중진작가 초대전'(1982)과 '부산국제판화전'(1990년)에도 출품한 그를 낳고 키운 경남과 부산은 유감스럽게도 강국진을 잊어 왔다. 2006년 미망인 황양자가 유작 중 유화 아크릴화 등 92점과 판화 드로잉 등 1670점을 경남도립미술관에 위탁한 것을 계기로 오는 5월 15일 재조명전이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박은주 화단별곡

국제신문  2007.04.25

KUKJIN KA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