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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운집한 길거리, 혹은 대중공간 등지에서 이상한(?) 몸짓과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인(?)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행위가 끝났을 때, 알듯 모를 듯한 고민에 빠진 적이 있는가. 이들이 바로 행위예술가들이다.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그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미처 미술작품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갖가지 몸짓으로 대변하는 행위예술가들의 역사를 짚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다음달 28일까지 ‘한국의 행위미술 1967-2007’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67년 국내 최초의 해프닝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을 비롯, 올해 열린 이윰의 ‘빨간 블라우스 힐링 미니스트리’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100여점이 행위예술로 연출되고 있다. 김구림, 정강자, 정찬승, 강국진, 백남준, 이건용, 성능경, 윤진섭, 이불, 이상현, 고승욱, 낸시랭 등의 작품들이다.
전시는 연대기에 따라 3부로 구성했다. 제1부(1967~1979년) ‘해프닝에서 이벤트로’는 정치적 억압 하에서 퇴폐와 불온 등의 대상으로 낙인 찍혀 일종의 해프닝으로 평가되던 초기 행위미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해프닝으로 기록되는 오광수 기획, 무동인과 신전동인 시연작품인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 등부터 여성이 국내 최초로 옷을 벗었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강국진·정찬승·정강자·심선희·김문자의 ‘투명풍선과 누드’(1968년), 미술·음악·무용의 종합공간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황병기·홍신자의 ‘가야금과 인성(人聲)을 위한 미궁’(1975년),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연극적 미술인 김순기의 ‘시간과 공간’(1975년) 등이 이 시기를 대표한다.
제2부(1980~1993년) ‘행동의 드라마’는 정치적 억압과 시민사회의 저항이 매우 극적으로 치닫던 시기. 당시 작품들은 추모나 장례의 제의, 신체의 구속 등의 형태를 빌어 억압적 사회 분위기를 표출했다. 지난 1989년 나우갤러리가 기획한 행위미술제 ‘예술과 행위, 그리고 인간, 그리고 삶, 그리고 사고, 그리고 소통’에는 당시 활동하던 국내 행위 작가들이 대거 참가해 매스컴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89 청년작가전’(1989년)은 1981년 미술관 개관 이래 행위미술 작가를 초대한 첫 전시회로 기록됐다.
제3부(1994~2007년) ‘행위-변주’에서 행위미술은 특히 다른 장르와의 결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진과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들과 뒤섞이고 대중문화나 산업자본 등과도 융합된다. 이 시기에는 김아타, 박이창식, 조습, 박혜성, 고승욱, 이윰, 낸시랭, 황신혜 밴드 등의 작업들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경운 학예사는 “행위미술 작품들은 각종 기록물 등 관련 자료들만을 그 흔적으로 남기고 형체 없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행위미술이 걸어온 4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하나의 거대한 보존처리작업”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3천원. 전시 기간 중 오후 2시와 4시 설명회도 마련된다.

행위예술 40년... 역사를 되짚다

경기일보  2007.09.04

KUKJI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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