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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걷는 전위미술 ‘서울의 해프닝 쇼’>, 중앙일보, 1968.6.2

청년작가련 「투명풍선과 누드」
「캔버스」대신 앳된 여성의 나체에, 그림물감 대신 「플래스틱」풍선을 붙이는 문화적 「테러리스트」들의 작품감상회가 30일 밤 6시 「세?시봉」음악감상실에서 열렸다. 이른바 『투명풍선과 누드』란 이름의 「해프닝?쇼」. 아무리 전위미술이요 행동미술이라지만 벌거벗은 여성의 몸 자체를 작품으로 삼기는 우리나라선 처음 있는 일. 해외의 선풍이 드디어 이 땅에도 상륙한 것이다.

주인공은 가장 첨단적인 미술작품을 제작한다고 자부하는 25세의 정강자 양.
홍대출신의 같은 또래 남녀로 구성된 한국청년작가 연립회 회원이다. 이 「쇼」에 가담한 사람은 정양 외에 홍대 대학원의 김문자양, 진행을 주도한 정찬승 강국진 두 신진미술학도로 모두 동인들. 하지만 작품제작에는 회원만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관람자 누구나가 풍선을 만들어 붙이는 데 조연할 수 있다.
이 자리의 관람자는 거의 20대 3백 50여명. 남녀 반반이다.
「재즈」와 전자음악을 들으며 숨죽이고 지켜본다. 객석에서 찻잔의 내왕도 별로 없다. 성큼 일어나는 젊은이는 끈끈한 풍선을 한아름 안아다가 「누드」에 붙인다.
초여름 하오 6시는 아직 환한데 「홀」안은 어둑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조명이 약식 무대위를 비친다. 무대에는 붉은 고무풍선(지름 50센티)을 주렁주렁 매달고 거기에 「플래스틱」의 투명풍선을 만들어 붙이는 것으로 한동안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주인공 정양이 무대로 올라오자 관객의 함성과 박수가 터진다. 겉옷을 벗어 「러닝샤쓰」와 「타이즈」차림으로 앉아 머리부터 풍선으로 뒤덮는다. 회원들은 풍선을 붙이는 한편 「러닝샤쓰」를 쭉찢어 「브래지어」도 없는 앞가슴을 노출시키고 「타이즈」도 마저 벗겨 온몸을 투명풍선으로 감싼다. 「모델」은 풍선너머로 시종 미소짓는데 관중은 잠잠하다. 모두 짜릿한 긴장과 흥미에 찬 표정.
갑자기 회원들이 달려들어 풍선을 꺼버리는 것으로 이 무언극은 끝난다. 1시간의 긴장과 흥미가 싱겁게 끝나자 관객은 박수칠 것도 잊고 있었다.
작년 11월부터 「해프닝?쇼」라는 기이하고 미친짓 같은 일을 거듭해오는 청년작가 연립회는 이번이 네번째. 『비닐우산의 향연』『화투놀이』등에 이어 이번에는 「누드」에까지 이른 것이다. 정양은 「팬티」마저 벗을 작정이었다지만 「세?시봉」측에서 그 전개가 걱정스러웠던지 극이 빨리 끝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물론 사전에 『미성년자와 고등학생 입장불허』라 밝혀놨지만. 「해프닝?쇼」는 어떤 미술행사의 서극이다.
이 날은 현대미술 「세미나」의 전주감상으로 베풀어졌다.
초대연사는 미술평론가 유준상씨. 주객이 입을 모아 현대미술을 어떻게 감상할까 토론했다.
청년작가련 회원들은 이 「쇼」를 행동적 표현미술이요 환경미술의 공동실현이랑 말로 풀이 했다. 시각을 통해 보는 미술이아니다.
오관을 통해 감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소재를 묘사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오관의 「이모션」에 호소함으로써 지성의 사실을 추구하자는데 있다.
곧 자기 심상을 보는 것이다. 한 관람 여학생은 『여체의 아름다움을 처음 알았다』고 감상소감을 말했지만 관객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에 어리둥절.
서라벌예대에서 현대미술을 강의하는 유교수는 이「쇼」에 대해 어찌 아름답다하겠는가고 반문했다. 이쯤에 이르면 예술은 끝난 것. 그러나 이들은 사회현상에 대해 가장 감각적으로 도전하는 작가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오늘날 합리주의와 기계화에 쫓기고 있으며 여기서 생명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이 『그럴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의 「키?멤버」 정찬승씨는 위험한 일이 아니냐는 일반의 기우를 일축했다. 『세계언어를 용감히 받아들일 뿐 책임 질 이유가 없다.』

「해프닝」이란?
이러한 실험을 즐기는 전위작가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불란서 일본 등지에서 다양하게 연출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 「밀라노?홀」에서 「팬티」바람의 남녀가 그림물감을 바르고 설뛰는 「해프닝?페인팅」이 벌어져 화제가 됐었다. 구미에선 아예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고 서성거리기도 한다고 전한다.
「해프닝」은 우연히 일어나는 사건을 뜻하는 말. 10여년전 미국 「얼랜?카플로」에 의해 추진된 「시각예술과 연극의 환경적 통합」이라는 각색된 사건예술이다.
「카플로」는 1959년 「뉴요크」「루벤스」화랑에서 첫 선을 보이며 「해프닝」은 표현된 결과보다 표현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찬양했다.
「뉴요크」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전위예술가 백남준씨도 「카플로」가 격찬해 마지않는 문화적 「테러리스트」다. 그는 5월초 「보니노」화랑서 전자미술전을 가졌는데 TV「세트」의 정상적인 기능을 파괴하여 기상천외의 시각적 환희가 나타나게 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극을 걷는 전위미술 서울의 해프닝 쇼

중앙일보  1968.06.02

KUKJI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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