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쇼 한강변의 타살 >, 서울신문, 1968.10.19

「한강변의 타살」이라는 주제의 진기한 「해프닝쇼」가 한국미술의 전위를 자부하는 한국청년작가 연립회에 의해 17일 하오 4시 제2한강교 아래서 전개되었다.
이 청년작가 연립회가 네번째로 벌인 이번 「해프닝」은 사이비 문화인을 규탄하는 발광에 가까운 고발「쇼」.
사이비 문화인을 자처한 이 날의 주인공들인 정찬승, 정강자, 강국진이 삽으로 각자 구덩이를 판 다음 그 속에 매장된다.
겨우 목만 내놓은 이들은 차가운 강바람속에서 관객들이 쏘아대는 물총세례를 뒤집어쓰며 총살장면을 연출한다.
관객이 모래를 퍼주어 무덤에서 나온 주인공들은 몸에 감았던 원색의 「비닐」천(90x300cm)을 풀고 그 가운데 부분을 목이 들어갈 만큼 가위로 뚫어서 각자 목에 걸쳐 앞뒤로 늘어뜨린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된 흰색「페인트」와 붓으로 서로가 6개의 고발장을 이 「비닐」천 앞뒤로 써준다.
이 날의 고발내용은 문화사기꾼(사이비 작가), 문화실명자(문명 공포증자), 문화기피자(19세기적 현대인 관념론자), 문화부정 축재자(사이비 대가), 문화 보따리장사(정치작가), 문화 곡예사(시대미학에 맹목적으로 편승하는 자)등 6가지.
2명이 관중에게 「메모」지를 배부하는 동안 한 사람은 비닐 천을 벗어 태워나가며 관중들이 적은 고발장을 회수, 한장씩 낭독하면서 불속에 집어 넣는다.
태우는 행위가 끝나자 「바께쓰」를 들어올려 구덩이에 내동댕이 친 후 삽으로 구덩이를 메우는 일로 한 시간에 걸친 이 무언극은 막을 내린다.
「행동하는 화가」란 「슬로건」을 내걸고 「캔버스」를 탈피한 「액션?페인팅」을 추구하는 이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오늘날의 화단풍토와 문화현실에 반발, 이를 고발하는 것이 이번 「해프닝?쇼」의 목적이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