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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용기>, 경향신문, 1967.12.13

한국청년작가 연립전

한국의 추상미술은 마침내 전기(轉機)에 이른 것일까? 11일부터 중앙공보관의 3개 전시장을 한꺼번에 점령하고 나온 20대의 『행동하는 화가』들의 대담한 작품전은 앞의 물음에 뭔가 해답을 암시해 준다. 『과거 10년동안의「앙포르멜」추상표현주의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이미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행동하는 화가」로 「추상이후의 작품」「생활속의 작품」「대중과 친할 수 있는 현대 미술」을 지향한다.』는 것이 그들의 슬로건. 「무동인」「오리진」「신전동인」의 젊은 세 그룹이 「한국청년작가 연립전」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저항을 확대시킨 것이다.
특히 「무동인」과 「신전동인」10여 명은 첫 날 태평로 거리로 피키트 행진을 하며 욕구불만을 호소하고, 현실을 비판하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를 빚었다. 그들의 피키트엔 앞의 슬로건 외에 『국가발전은 적극적 예술의 진흥책에서』『현대미술관이 없는 한국』『4억원의 도박, 국립종합박물관』등 현실참여의 외침이 있었다.
정작 화랑 안. 1960년대의 구미의 첨단 미학인 「포프」「오프」「네오?다다」「오브제」「어셈블리지」그리고 회화도 조각도 아닌 채색의 입체적 구조들이 어지럽게 등장하고, 부분적으로 전광(電光)이 장치된다. 이렇게 오늘의 국제적 경향이 종합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기는 한국에서 처음이다.
「무동인」실. 최붕현은 일상의 난로연통을 꾸불꾸불 맞춘 뒤 그 표면을 강렬한 원색으로 칠하고, 김영자는 곽성냥과 연탄을 엄청난 크기로 재현시킨다. 그리고 이태현은 큼직한 채색상자에 기분나쁜 형태의 빨간 입 모양과 고무장갑이 잔뜩 들어가는 변기, 임단은 백지가 배경인 벽면에 둥근 철사뭉치를 적당히 늘어뜨린다. 이 방엔 또한 진익상의 구체음악(具體音樂)이 한 쪽에서 이질음향을 발한다.
「오리진」실. 이 그룹은 모두가 얌전한 캔버스?페인팅이다.
최명영의 구조적인 색대(色帶), 서승원의 삼각형의 시원한 동세(動勢), 김수익의 초록과 빨강이 이루는 눈부신 반점(斑點)의 「오프」, 그리고 이영조의 도식(圖式)적인 화면―.
「신동인」실. 천장에서 드리워진 큰 비닐주머니속에 다시 가는 비닐주머니, 그리고 그 속에 원색으로 물들인 물이 수은주처럼 올라가는 강국진의 아이디어. 원시시대의 모뉴먼트처럼, 그러나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지는 양덕수의 거대한 석고 두상(頭像), 정찬승의 태극(太極)을 형체화하고, 여러모양의 채색판을 줄에 거는 작업, 그리고 두 여성 멤버인 정강자와 심선희는 시니컬한 입체구조의 대담한 「포프」.
― 모두가 두려움없는 세대들의 파격적인 용기들이다 ― 16일까지. 

파격적인 용기

경향신문 1967.12.13

KUKJI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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