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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이란 예술적인 쇼>, 경향신문, 1967.12.16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이라는 이름의 예술적(?) 쇼.
▼14일 하오 4시 반 한국청년작가 연립전 전시장(중앙공보관) ― 등장인물 여자 둘, 남자 여덟, 촛불과 비닐우산.
연통이 있는 작품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서 있다. 가운데는 의자에 비닐우산을 든 여인이 앉아있고. 사람들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부르면서 여인을 둘러싸고 빙빙 돌아간다.
서너 번 돈 다음 이들은 작은 촛불을 손에 손에 들고, 다시 한 번 노래를 부르면서 빙빙 돈다. 구경꾼 중의 여학생이 대열에 낀다.
▼여인은 어느 틈에 우산을 펴들고 있었는데 누군지가 비닐우산을 촛불로 녹여 구멍을 내고, 초를 꽂으니까 모두들 따라서 꽂는다. 다시 한 바퀴 촛불 꽂힌 비닐우산까지 포함 된 행진. 그리고 비닐우산을 의자에 비끌어매고, 촛불을 불어 끈 뒤 발기발기 비닐을 뜯어낸다. 그리고는 한 사람이 우산을 내동댕이 친다. 소리를 지르며 여럿이 짓밟는다.
▼쇼가 끝났다. 출연자의 한 사람이 해프닝을 관객에게 설명한다.
『해프닝이란 캔버스를 벗어난 우연적인 행위와 물체와의 충돌에서 일어난 미적사건이며, 그 자체가 표현행위인 것입니다. 우리들이 행한 해프닝은 단순한 제작행위이며 미술현실의 무위와 관념적 질서에서 벗어난 의식표백입니다. 당신들은 이 해프닝에서 현실과의 어떤 연상작용을 얻을 생각을 버리십시오. 우연적인 행위와 물체와의 충돌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현상을 직접 체험하는 것 만이 여기 온 목적의 전부입니다.』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이란 예술적인 쇼
경향신문 1967.12.16
KUKJI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