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paper
<괴상한 것들의 건강한 도전>, 조선일보, 1967.12.14
공보관서 한국청년작가연립전
『우리는 그림같은 그림에 싫증을 느꼈습니다. 그러기에 새로운 표현방법을 찾아보려 한 것에 불과합니다.』
『괴상하다고요? 여러분 자신의 생활을 괴상하다고 느끼신 적은 없으십니까?』
『모르시겠다구요? 어린이들처럼 그저 보고 느끼시면 됩니다...아무런 부담없이 보시면 됩니다.』
3개의 동인 그룹이 열고 있는 「한국청년작가연립전」(11일부터 16일 중앙공보관)에서 그들은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제1실은 「ORIGIN」동인들. 신기옥 김수익 서승원 최명영 들의 오프아트 계열의 작품들이 차분히 걸려있다. 기하하적인 화면구성에 어떤 작품은 도안처럼도 보인다. 김수익은 플라스틱에나멜의 자작안료를 쓰고 있다.
제2실에서는 빽빽거리는 구체(具體)음악이 녹음에 담겨 울린다. 「무동인」의 최명현 김영자 이태현 문복철 진익상 임단 들. 직경 1미터쯤 되는 19공탄(연탄000), 그만한 크기의 팔각성냥통, 그 안에 작은 성냥통들이 가득하고 「담배피우실 분은 이 성냥을 이용하십시오」라고 써 붙여놓았다.
적, 청, 흑, 황색 등을 느슨한 색둥처럼 칠해 얼기설기 얽어놓은 연통들(색연통777). 변기에 잔뜩 쑤셔박은 고무장갑들, 찢어진 캔버스에 풀어져 늘어진 채 걸려있는 철사 사리들이 여러개 전시되었다.
제3실은 「신전동인」들. 강국진 양덕수 정강자 심선희 김인환 정찬승.
커다란 입술 속의 이빨이 비너스의 얼굴, 장갑, 글라스, 플라스코 등(실물)으로 표현되고, 지우산의 형태같은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얼굴에 눈이 있고 구멍 뚫린 눈에서는 향나무 향이 타는 내가 난다. 어떤 눈에서는 안테나가 하나씩 뻗쳐나와있고
그 아래 가슴쯤 되는 곳에는 2개 이상의 은박을 한 스폰지 유방들이 달려있다.
인디언의 탈처럼 생긴 상반신의 본체와 그림자가 지닌 질량이 똑같다. 오브제를 이용한 더 직접적인 표현을 한 「무동인」들의 작업에 비해 「신전」은 오브제를 이용한 더 감정적인 표현을 위해 재편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세상에서 아름다운 요소를 가려 예술로 표현하려 하기보다 「괴상한」것을 가려내어 그림같지 않은 어떤 미술품을 만들려 하고 있다. 물론 주로 20대 한국의 이들이 처음 창안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침체한 한국미술, 미술에 대한 기성관념에의 건강한 도전으로서 미술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멘트가 될 것으로 안다』미술평론가 이 일(홍익대 강사)씨의 말.
괴상한것들의 건강한 도전
조선일보 1967.12.14
KUKJI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