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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현대 미술사를 작품전시와 도록발간으로 총정리한 `한국 근현대 미술사 시리즈'가 지난 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이 시리즈는 국내미술사상 최초로 6년이라는 장기간에걸쳐 진행됐을뿐 아니라 100년 동안의 작품을 장르별 또는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정리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시리즈는 1997년 11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근대미술: 유화-근대를 보는 눈'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덕수궁미술관에서 `한국근대미술: 수묵ㆍ채색화' `다시 찾은 근대미술'전이 잇따라 개최됐다.

1999년에는 `한국근대미술: 조소-근대를 보는 눈' `한국근대미술: 공예-근대를보는 눈'전이 덕수궁미술관에서 차례로 열렸고, `한국건축 100년'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됐다.

이어 2000년에는 `한국현대미술의 시원'전이, 2001년에는 `한국현대미술의 전개,전환과 역동의 시대, 1960년대 중반-1970년대 중반'전이 마련됐으며, 지난해에는 `한국현대미술의 전개, 사유와 감성의 시대,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중반'전이 개최됐다. 이들의 전시 장소는 국립현대미술관이었다.

이 시리즈는 외형적 숫자만으로도 규모와 의미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참여작가가 782명에 이르렀고, 출품작품은 1천709점을 헤아렸다. 그동안 출간된 작품도록은 모두 9권으로, 이들을 합치면 무려 2천854쪽에 달한다. 가히 `대역사'라고할만 하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세번이나 바뀌었다. 임영방 전 관장이 시리즈를 발의하고 기획했다면 최만린 전 관장은 전시 전반을 힘차게 열어나갔고, 오광수 현 관장은 후반을 맡아 매끄럽게 마무리지었다. 실무일선에서는 정준모학예연구실장과 김희대 전 학예연구관이 밤낮없이 뛰었는데, 김 학예관은 `다시 찾은 근대미술'전을 준비하는 도중에 과로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번 시리즈는 한국미술을 질적으로 도약시켰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의미가크다. 과거의 전시와 조명이 대부분 몇몇 작가나 일정 시기에 국한하는 각론에 그쳤다면 이 시리즈는 20세기를 관통하며 미술사를 심도있게 정리해냈다. 도판으로나 보던 작품을 원작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 등도 큰 수확이었다.

첫 전시인 `유화'편의 경우 강칠상 등 127명의 작품 270여점이 소개됐는데, 일본에 있는 김관호의 `해질녘'을 들여오고, 미국에 있는 휴버트 보스의 `고종황제 어진'도 발굴돼 화제를 뿌렸다.

강진희 등 80명의 회화 135점이 출품된 `수묵ㆍ채색화'편은 변관식의 작품으로알려진 `금강산 옥류천'이 실제로는 그 제자인 조순자의 국전 입선작이라는 사실을밝혀내는 성과를 거뒀고, `다시 찾은 근대미술'전은 고희동 등 74명의 작품 127점을무더기로 발굴하는 개가를 올렸다. `다시 찾은 근대미술'전은 덕수궁미술관 개관전이기도 했다.

강태성 등 26명의 작품 117점이 나온 `조소'편은 김복진의 실물조각을 최초로전시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으며, 강창규 등 30명의 작품 200여점이 출품된 `공예'편은 단편적이었던 공예사를 한데 정리함은 물론 그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한국건축 100년'전 역시 개항기에서 현재까지의 건축을 김수근 등 250여명의 작품 350여점으로 개괄해낸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현대미술의 시원'전은 해방 이후 한국 모더니즘의 수용과 정착과정을 강용운 등 100여명의 회화 200여점으로 보여주되 현대미술사의 대표적 흐름인 앵포르멜원작을 풍성하게 감상케 했다.

이어 열린 `전환과 역동의 시대'전과 `사유와 감성의 시대'전은 강국진, 곽인식등 95명의 작품 310여점을 시대별로 나눠 전시함으로써 한국의 실험미술과 모노크롬미술의 전개과정을 고찰토록 했다.

이번 시리즈는 미술사의 지평과 중심을 서양미술에서 한국근현대미술로 확대ㆍ이동시키는 데도 일정하게 기여했다. 예전에는 자료의 부족으로 전공자마저 한국근현대미술이 아닌 서양미술에 치중하곤 했으나 풍부한 토대와 자양분이 제공됨에 따라 한국미술 전공자가 전에 없이 늘어난 것이다.

정준모 학예실장은 "선인들이 근현대기를 어떻게 보고 수용했나를 보여주고 우리가 당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시리즈가 시작됐다"면서 "우여곡절은 많았으나 한국의 시대적 변천사를 미술과 그 작품을 통해 통사적으로 정리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통사로 다시 쓴 '한국근현대미술사'

연합뉴스  2003.02.05

KUKJI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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