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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로 펼치는 상큼한 빛의 세계, “서구적 매재로 동양의 마음 그려”

판화로 보는 상큼한 빛의 세계-서양화가 강국진씨(49)가 이번 전시회(6월10-16일, 서울 우정미술관)에서 보여준 현란한 그림들이다.
‘빛의 흐름’이란 이름의 연작 석판화로 빛의 변화에 따른 심상의 변화를 추적하려 했다는 것.
대담한 원색의 굵은 선이 모여 이루는 기하학적 문양과도 흡사한 화면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가장 서구적인 표현방법인 석판을 써서 동양적인 마음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또는 연속선상에 있는 공간이나 시간의 추이 속에서 우리 마음속의 색상이 어떤 흐름을 빚어 내는가 하는 관심의 표출입니다. 추상의 기본개념과도 같은 마음의 세계지요”
한성대 미술과 교수로 재직중인 작가는 캔버스작업, 입체작업, 행위미술, 판화 등 다양한 표현수단을 시험하며 인간심리의 평면화를 추구해오고 있다.
70년대 초기부터 활발하게 판화작품을 발표해오면서 ‘판화가’로서의 성가를 높여 오기도 한 그는 공방에서의 수작업이 가지는 판화의 보다 다양한 가능성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보다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미술매체라는 판화의 특징 말고도 판화만이 표현 가능한 독특한 미술의 세계를 찾고자 합니다 판화가 그저 보통 회화작품에 비해 싼 그림이라는 일반의 그릇된 인식은 판화가 독자의 영역을 확보해야 사라질 것 아닙니까”
이제까지 10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 중 3번은 판화작품이었고 입체작품전(1973년, 명동화랑)도 있었다. 또 이와는 별도로 60년대 말기에는 ‘해프닝’이란 타이틀의 행위미술 발표를 7회 가져 화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강국진의 작품은 두 개의 분할된 평면공간을 하나의 통합된 평면공간으로 엮어내는 이채로움을 띤다. 그리고 두 개의 분할공간은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유사한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그리고 표현방식의 관점에서 볼 때 역시(흥미롭게도) 고의적인 조악성, 치졸성을 느끼게 한다. 서툰 붓 자국, 뒤틀린 표면구성, 데생, 하다 못해 허술한 표현력의 구사 등 그의 작품은 회화에 대한 기대감을 박탈한다. 그림은 근엄, 순수, 우아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전도시킬 뿐 아니라 그럼으로써 사장된 미적 차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

문화산책 / 미니인터뷰, 강국진

여성동아   1987. 07

KUKJI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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